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 / 흐린날도 날이 새면 해가뜨지 않더냐 / 새파랗게 젊다는게 한밑천인데 / 쩨쩨하게 굴지말고 가슴을 쫙 펴라 /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 비가 새는 작은 방에 새우잠을 잔데도 / 고운 님 함께라면 즐거웁지 않더냐 / 오순도순 속삭이는 밤이 있는한 / 쩨쩨하게 굴지말고 가슴을 쫙 펴라 /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1966년에 가수 ‘쟈니리’가 부른 김문응 작사, 길옥윤 작곡의 ‘내일은 해가뜬다’의 대중가요 노랫말이다. 1980년대에 들어서 전인권 등의 ‘사노라면’이라는 제목으로 더 많이 알려진 노래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이 노랫말을 음미할 때마다 ‘내일은 기필코 해가 뜰것이다’며 사나운 파도가 넘실대고 비 바람치는 바다 한 복판에서 오늘도 숭어 잡이의 그물을 끌어 올리고 있을 한 부부가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 한 장면처럼 스친다. 계화면 계화리에 3년째 둥지를 틀고 부안을 고향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는 유용희(47) 정예숙(41) 부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귀농인은 우리가 쉽게 접할수 있지만 귀어인은 그리 흔치않다. 이 부부가 바로 3년차 귀어인 이다. 그동안 ‘산전’ ‘수전’ 모두 겪으며 살아왔다는 이 젊은 부부는 새로운 삶으로 이제 ‘해전’을 겪고 있다고 털어 놓는다. 언제나 환한 미소와 큰 목소리의 웃음, 잘 차려 입으면 귀티나는 모습에서 어두운 면이라곤 찾아볼수 없고 비록 가난하지만 삶을 즐기는 부부다. 만나면 만날수록 잔잔한 정감이 흐르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경기도 양평이 고향인 유씨와 전북 진안이 고향인 정씨 부부는 바다와는 인연이 없던 부부다. 더욱이 그리 쉽지않은 고기잡이 배를 타고 어업인으로 새 삶을 시작하리라곤 꿈에도 생각을 못해본 이들이다. 우리고장 부안과의 우연한 인연으로 계화면 계화리에 둥지를 튼 이 부부의 그동안의 삶은 책을 펴내도 수십권일 만큼 파란만장하다. 서로 삶을 고생이라 여기지 않고 즐기는 끼(?)가 통해 20여년전 결혼, 아들 인승(17ㆍ부안고 1년)이와 딸 러브(14ㆍ부안여중 1년) 등 두 자녀를 두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는 이 부부는 그동안 해보지 않은 일이 없을 정도로 ‘산전수전’을 겪어온 사람들이다. 결혼 전, 고등학교 졸업 후 가수의 꿈을안고 밤업소 웨이터부터 시작한 유씨와 작은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해온 정씨는, 결혼 후 유씨는 밤업소 가수와 사회자로, 정씨는 포장마차를 운영하면서 네 식구가 행복한 가정을 꾸려왔다. 부안으로 둥지를 옮기기 전만해도 유씨는 수년간 ‘산판’이라 이르는 벌목현장에서 기술자로도 일해 왔다고 한다. 부안으로 먼저 시집와 살면서 이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나라에서 부안만큼 인심좋고 살기좋은 동네가 없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해 오는 처형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무조건 짐 보따리를 싸들고 부안으로 터를 옮긴 유씨 부부. 3년 전, 밑천없이 부안에 내려온 유씨 부부는 한번도 경험해 보지못한 고깃배를 타기위해 인심좋은 집주인에게 계화도 빈집을 1년에 50만원의 사글세로 얻어 깨끗이 청소하고 부안사람으로서의 첫 둥지를 틀었다. 처음엔 기인처럼 보이는 이부부의 이색적(?)인 모습에 지역 주민들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3년이 된 지금은 오히려 계화도 토종으로 착각될 만큼 주민들의 따뜻한 인정을 한 몸에 받아오고 있어 항상 동네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란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곳 이 부부와 함께 고기잡이를 해오고 있는 선주 채경성(54)씨 부부는 유씨 부부의 친형이자 친형수, 친동서 이상으로 든든한 버팀목이다. 변함없는 애정과 사랑으로 이 부부를 챙겨주고 있는 선주 채씨는 유씨 부부의 예의바르고 진실된 언행과 성실함에 반했을 정도다. 연고라고 해보아야 처형이 상서면에 살고있는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이들이 상서면도 아닌 계화도에서 어업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리 쉬운 결정만은 아닐 텐데도 이들은 고깃배에 몸을 싣고, 숭어와 전어를 끌어 올리고 조개를 잡아 올릴때 가장 행복하다고 여기며 살고있다. 가끔 볼일로 부안읍내를 돌아다니다보면 까까중머리에 범상치 않은 인물로, 기인 아니면 소속사찰 없는 ‘땡중’처럼 보이는 유씨의 낮선 모습에 만나는 사람들이 “무엇하는 사람이냐?”고 물어오면 이 부부는 서슴없이 “뱃놈입니다”라고 대답하며 해맑은 웃음을 보여준다. 유씨는 그래도 부안지역에서 웬만큼 알려진 인물이다. 부안지역 음악동아리인 ‘푸른하늘(단장 김광필)’ 소속 가수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절모에 무대복을 걸치면 영락없는 일류 가수다. 동절기를 제외하고는 매월 치러지는 푸른하늘의 순회공연에는 유용희 가수의 순서를 기다리는 팬이 있을 정도다. 카리스마 있는 무대매너와 목소리에 팬들의 ‘앵콜’이 쏟아진다. 지금도 틈만나면 노래연습이다. 가수의 꿈을 키우자는게 아니라 그냥 노래가 좋다. 사글세로 살고있는 계화도 슬레이트지붕 흙벽집 작은 골방에 나이트클럽에나 있음직한 큼직한 음향시설이 잘 갖추어져있다. 이방이 이들 부부의 쉼터이다. 이방에서 음악을 감상하거나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는 시간, 이 시간이 이 부부에게 있어서는 거칠었던 하루 일과를 잊고 세상을 모두 자신들의 것으로 만드는 시간이다. 이 방에선 가끔 이 부부의 다툼도 생기곤 한다. 이 부부의 즐겨듣는 노래의 장르와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큰 볼륨에 베이스가 가득차 심장의 박동까지 멈출 만큼의 몰두식 음악을 즐기는 유씨와, 적당한 볼륨에 잔잔한 템포의 음악을 즐겨듣는 부인 정씨와의 음향기기 장치의 쟁탈전이 바로 그것이다. 이 같은 다툼이 유씨 집에서는 행복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루도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습니다. 하루하루의 삶이 바로 행복입니다. 우리가족은 행복을 위해 모두가 노력하고 배려하기 때문입니다.”라는게 부인 정씨의 이야기다. 이 집의 행복을 책임지고 있는 정씨의 역할은 대단하다. 남편 유씨와 함께 남자도 힘든 고기잡이 배를타고 힘든일을 해내면서도 모든 대화가 해학이다. 옆에서 이들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배꼽을 쥐지 않고는 배겨내질 못한다. 적당한 언어구사와 적절한 어휘가 섞인 이들의 대화는 평생 싸움한번 하지않고 살아온 부부처럼 보인다. 게다가 아들 인승이와 딸 러브가 탈없이 매콤, 새콤, 달콤하게 자라주어 행복지수를 한층 높이고 있다. 더욱이 동네 주민들의 따듯한 인정과 사랑이 넘치는 관심은 이 가족의 행복 울타리가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새파랗게 젊다는게 한밑천인데 / 쩨쩨하게 굴지말고 가슴을 쫙펴라 /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 비가 새는 작은 방에 새우잠을 잔데도 / 고운 님 함께라면 즐거웁지 않더냐 오늘도 이 부부는 서해바다에서 이 노랫말처럼 젊음을 한 밑천 삼아 가슴을 쫙 펴고 고운님과 함께 숭어그물을 끌어올리고 있을게다. 내일, 더 큰 태양을 띄우기 위해…….
최종편집: 2025-05-12 20: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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