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동
박갑순
노지에서 자라는 푸성귀
땅에 바짝 엎드려 몸을 키웠다
한데서 겨울을 견디며 잎잎 단물을 쟁여
겨우내 잃어버린 봄의 입맛을 살린다
뼈 시린 바람으로 키운 봄의 속살이 노랗다
추위와 맞선 초록잎
아직 떠나지 않은 겨울을 똑 도려 밥상에 올린다
보란 듯이 가슴 펼친 땅의 든든한 배짱으로
봄을 유인하는 봄동
볼품없는 것들만 땅을 지킨다
잘 키운 아들은 소식이 없고
무녀리만 남아 부모 곁을 지키는 영춘이네 텃밭
영춘이네 봄동은 못난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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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갑순 시인
부안주산 출신
1998년 `자유문학` 시, 2005년 `수필과비평` 수필등단
수필집 `꽃망울 떨어질라`
시집 `우리는 눈물을 연습한 적 없다`
투병기 `민머리에 그린 꽃핀`
동시집 `아빠가 배달돼요`
2018년 미래문학상 수상
경기도 광명에서 글다듬이집(교정, 교열) 대표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