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은 지금 생사의 갈림길 앞에 서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소멸이고, 이 기회를 붙잡으면 재생입니다. 그 경계선 위에서 부안군민들은 오늘도 절박한 심정으로 거리로 나서고, 현수막을 걸고, 서명을 받고, 목이 쉬도록 외치고 있습니다. 부안에 마지막으로 남은 희망, 새만금 RE100 국가산단 유치를 위해서입니다.
지난해 12월 3일, 부안군 내 10여개 사회단체장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절호의 기회를 행정과 정치권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군민들의 간절한 염원이 이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날의 결심은 단순한 의견이 아니었습니다. 부안을 살리기 위한 절박한 결단이었고,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었습니다.
그 다음 날인 12월 4일부터 지금까지 3개월여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유치 운동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새만금개발청 앞 1인 릴레이 시위를 시작으로 160여 명의 유치추진위원회가 꾸려졌고, 4만7000여 부안군민 가운데 3만2000여 명이 자발적으로 서명에 동참했습니다. 작은 농촌 군 단위 지역에서 이 같은 참여는 기적에 가깝습니다. 마을마다 내걸린 300여 장의 현수막은 부안군민들의 간절한 염원과 절규를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눈과 비가 뒤섞여 쏟아지던 날, 군민들은 거리로 나와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었습니다. 찬바람에 얼굴이 얼어붙고 손발이 저려와도, 누구 하나 자리를 뜨지 않았습니다. “부안을 살려달라”는 절규는 그날의 바람보다 더 매서웠고, 눈발보다 더 처절했습니다. 그 외침은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라, 생존을 향한 마지막 호소였습니다.
‘새만금’이라는 세 글자는 부안군민에게 아직도 아물지 않은 깊은 상처입니다. 부안은 국토 보전을 위해 전체 면적의 3분의 1을 국립공원으로 내어주었습니다. 그로 인한 각종 규제와 재산권 침해를 감내하며, 겨우 69%의 땅에서 숨죽이며 살아왔습니다. 여기에 더해 ‘생금밭’이라 불리며 부안의 ‘부(富)’를 책임졌던 새만금 땅마저 간척사업에 내어주었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없었습니다. 35년 동안 군산과 김제가 성장하는 동안, 부안은 철저히 소외됐습니다. 산업단지, 수변도시, 마리나항, 스마트팜, 해양생태박물관 등 대규모 개발사업의 과실은 모두 다른 지역의 몫이었고, 부안은 언제나 “희생”이라는 이름 아래 참고 또 참아야 했습니다. 국가를 위한 헌신이었지만, 그 대가는 너무도 가혹했습니다.
이제 새만금 RE100 국가산단이라는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부안 새만금 부지는 태양광과 풍력, 전력계통, 입지 여건 등 모든 면에서 RE100 산업단지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부안이 배제된다면 이는 단순한 행정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소멸을 사실상 방조하는 결정이 될 것입니다.
유치운동의 최전선에 서 있는 사회단체장들의 평균 연령은 70세가 넘습니다. 이들은 새만금 개발의 결실을 누려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쉼 없이 거리로 나서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후손들에게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느냐”는 원망을 듣지 않기 위해서 입니다. 바보 같은 선대가 되지 않기 위해, 남은 힘을 모두 쏟아 붓고 있는 것입니다.
이 간절함은 특정 단체나 일부 주민의 이해관계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부안의 미래, 청년들의 일자리, 지역 경제의 재생, 그리고 농어촌 소멸을 막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입니다. RE100 국가산단은 단순한 산업시설이 아니라, 부안을 다시 숨 쉬게 할 산소호흡기와도 같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치권에 호소합니다.
더 이상 부안을 외면하지 말아 주십시오. 수십 년간 국가 발전을 위해 희생해 온 부안군민들의 눈물과 인내를 이제는 보듬어 주십시오. 지역 균형발전은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살려주십시오. 우리 부안을. 부안에 마지막으로 남은 희망, 새만금 RE100 국가산단 유치로 부안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결단해 주시길 간절히 요청드립니다. 이것은 특혜가 아니라, 너무 늦었지만 반드시 주어져야 할 최소한의 정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