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이 틀리면 처방전도 틀릴 수밖에 없다”의학계에서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말이다. 병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약을 처방하더라도 환자의 병은 낫지 않는다. 오히려 엉뚱한 치료로 병을 더 키울 수도 있다. 이 단순하지만 명확한 원리는 의료 현장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와 정치, 특히 선거의 과정에서도 그대로 통하는 말이다.6월 3일 선거를 앞둔 지금, 이 말은 우리 모두가 다시 한번 곱씹어야 할 문장처럼 느껴진다. 선거는 결국 우리 사회가 어떤 진단을 내리고 어떤 처방을 선택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유권자가 내리는 판단이 곧 지역과 나라의 미래를 결정한다. 우리가 내리는 진단이 정확하면 올바른 처방이 내려질 것이고, 진단이 빗나가면 처방 역시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선거는 흔히 축제라고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공동체의 건강을 살피는 ‘사회적 진료 과정’과도 같다.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차분히 살펴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라 판단이며,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다.며칠 전 시내를 걷다가 오랜만에 후배를 만났다. 반가운 인사를 나눈 뒤 후배가 슬며시 물었다.“선배님, 이번에 부안군수는 누가 될 것 같습니까?”순간 마음이 불편해졌다. 선거철이면 흔히 들을 수 있는 질문이지만, 그 질문이 왠지 모르게 가볍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조금 단호하게 답했다.“제발 누가 될 것 같으냐고 묻지 말고, 누가 일꾼이냐고 물어봐라”선거를 마치 승패를 점치는 게임처럼 바라보는 시선이 아쉬웠다. 선거는 누가 이길지 맞히는 일이 아니라, 누가 일을 가장 잘할 사람인지 선택하는 과정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누가 될 것 같은가’라는 질문 속에는 이미 정치가 하나의 구경거리가 되어버린 현실이 담겨 있다. 반면 ‘누가 일꾼인가’라는 질문 속에는 공동체의 미래를 고민하는 책임 있는 태도가 담겨 있다.유권자의 질문이 달라지면 정치도 달라진다. 정치인을 바라보는 기준이 바뀌면 후보자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누가 인기가 많은지, 누가 조직이 강한지, 누가 앞서가는지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 정치 역시 그 방향으로 흐른다. 그러나 누가 지역을 위해 일할 사람인지, 누가 책임감 있는 정책을 제시하는지, 누가 공동체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지를 묻기 시작하면 정치의 내용도 자연스럽게 바뀐다.결국 선거는 유권자의 질문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가 정치의 수준을 결정한다. 그래서 선거를 앞둔 지금, 우리는 스스로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 부안지역이 지금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그 문제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할 능력과 의지를 가진 사람은 누구인가.이 과정은 마치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는 과정과 닮아있다. 환자의 증상만 보고 성급하게 약을 처방하는 의사는 좋은 의사가 아니다. 환자의 생활 습관과 과거 병력, 여러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살펴본 뒤에야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후보자의 말 몇 마디나 선거 구호만으로 판단하기보다는 그 사람이 걸어온 길, 보여준 행정 능력, 지역에 대한 철학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특히 지역 선거일수록 이런 과정은 더 중요하다. 지역의 문제는 거창한 이념보다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농업의 미래, 지역 경제의 활력, 청년들의 일자리, 노인의 복지, 아이들의 교육 환경 같은 문제는 결국 주민들의 삶과 직결된다. 이 문제들을 해결할 사람을 뽑는 일이라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만약 우리가 정확한 진단 없이 감정이나 분위기에 휩쓸려 선택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장은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그 선택의 결과는 고스란히 지역 사회에 나타난다. 잘못된 처방을 받은 환자가 더 큰 고통을 겪듯이, 잘못된 선택은 공동체의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그래서 선거는 단순한 하루의 사건이 아니라 긴 시간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투표는 몇 분이면 끝나지만, 그 선택이 만들어내는 결과는 수년 동안 이어진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유권자의 한 표는 가볍지 않다.선거를 앞두고 우리는 수많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후보자들의 공약, 지지자들의 주장, 주변 사람들의 평가, 각종 소문과 분석까지 여러 정보가 넘쳐난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말만 듣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를 차분히 듣는 일이다.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 판단할 때 비로소 정확한 진단에 가까워질 수 있다.민주주의는 결국 시민의 판단 위에 세워지는 제도다. 시민이 성숙할수록 정치도 성숙해지고, 시민의 판단이 깊어질수록 정치의 수준도 높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는 정치인의 시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유권자의 시험이기도 하다.6월 3일, 우리는 또 하나의 선택을 하게 된다. 그날 투표함에 들어가는 한 장의 투표지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지역의 미래를 향한 하나의 처방전이다. 그리고 그 처방전은 바로 우리 유권자가 작성하는 것이다.“진단이 틀리면 처방도 틀린다.”이 평범한 문장은 선거의 본질을 가장 분명하게 설명하는 말인지도 모른다.선거를 앞둔 지금, 우리는 누가 될 것인지 묻기 전에 누가 일꾼인지 묻는 유권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지역의 현실을 차분히 살피며, 스스로 정확한 진단을 내려야 한다.그래야만 6월 3일, 우리 부안지역 공동체에 필요한 올바른 처방전이 내려질 수 있을 것이다.
최종편집: 2026-04-25 19: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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