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다가오면 민심은 흔들리고 지역은 술렁인다. 후보들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유권자들의 눈과 귀도 바빠진다. 민주주의의 축제라 불리는 선거가 본래 그래야 한다. 서로 다른 비전과 정책이 경쟁하고, 군민들은 그 속에서 더 나은 미래를 선택하는 과정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부안군수 선거를 바라보는 군민들의 마음은 기대보다 피로감이 더 크다. 선거가 정책 경쟁보다 세력 다툼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역대 부안군수 선거를 돌아봐도 이번처럼 혼탁한 양상을 보인 적이 있었는지 묻게 된다. 물론 과거에도 네거티브와 갈등은 존재했다. 후보들끼리 충돌하고 지지자들 간 감정싸움이 벌어진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일부 군민들이 특정한 흐름을 만들겠다며 전면에 나서고, 여기에 일부 지역언론까지 가세해 선거의 방향을 유도하려는 모습은 낯설고도 우려스럽다. 선거는 만들어가는 것이지 짜는 것이 아니다. 언뜻 보면 비슷한 말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정치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판을 만든다는 것은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것이다. 정책을 개발하고, 비전을 세우고, 군민들에게 희망을 보여주는 일이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는 노력이다. 경쟁의 방식도 정정당당하다. 상대를 끌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더 높이 올라서려는 것이다. 반면 판을 짠다는 것은 다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보다 기존의 질서를 흔들고 뒤집는 데 목적이 있다. 여기에는 전략과 계산, 권모술수가 뒤따른다. 스스로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끌어내려 자신의 아래에 두려 한다. 그래서 판을 짜는 정치에는 정책보다 소문이 많고, 비전보다 음모가 앞선다. 결국 군민들이 봐야 할 미래는 사라지고 누가 누구를 밀어내느냐는 싸움만 남게 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일부 주민들이 특정 후보를 끌어내리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려 한다는 의혹들이다. 민주주의에서 누구든 정치적 의견을 가질 수는 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할 자유도 있고 비판할 권리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방해하는 수준으로 변질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선거는 군민 모두의 것이다. 몇몇 사람이 판을 설계하고 여론을 몰아가려 한다면 결국 선량한 유권자들은 현혹될 수밖에 없다. 특히 지역언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언론은 후보를 대신해 싸우는 조직이 아니다. 군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후보들의 정책과 자질을 비교하게 하며, 유권자의 판단을 돕는 것이 언론의 본래 역할이다. 어느 후보가 옳고 그르냐를 정하는 것은 언론이 아니라 군민이고 독자이어야 한다. 그런데 일부 언론이 특정 흐름에 편승해 여론몰이에 나선다면 이는 언론의 책임을 스스로 저버리는 일이다. 지방언론은 중앙언론보다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지역사회는 좁고 관계망은 촘촘하다. 기사 한 줄, 제목 하나가 지역 민심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한다. 특정 후보를 띄우거나 깎아내리기 위한 도구로 비춰지는 순간 언론은 신뢰를 잃는다. 신뢰를 잃은 언론은 결국 지역사회 전체를 병들게 만든다. 선거는 군민의 삶을 바꾸는 과정이어야 한다. 부안의 농어업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인구 감소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 청년들이 왜 떠나는지, 관광과 경제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있어야 한다. 군민들이 듣고 싶은 것도 바로 그것이다. 누가 누구와 손을 잡았는지, 누가 누구를 끌어내리려 하는지에 대한 정치공학이 아니다. 정치는 결국 품격의 문제다. 상대를 무너뜨리는 기술이 아니라 군민을 설득하는 능력이 정치의 본질이어야 한다. 진정 자신이 준비된 후보라면 음모와 작전에 기대지 않아도 된다. 군민 앞에 비전과 정책을 내놓고 평가받으면 된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유권자들도 냉정해져야 한다. 누군가 만들어놓은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 후보들의 정책과 자질을 직접 비교해야 한다. 선거 때마다 떠도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와 감정적 선동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결국 선거의 결과는 부안의 미래로 이어진다. 한순간의 감정과 분위기가 4년의 행정을 결정짓게 해서는 안 된다. 이번 부안군수 선거는 군민의 수준을 보여주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판을 짜는 사람들은 늘 존재한다. 그러나 그 판에 흔들리지 않는 유권자가 많아질 때 민주주의는 건강해진다. 선거는 누군가의 작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군민 모두가 참여해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선거판은 짜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상대를 끌어내리는 정치가 아니라 부안을 끌어올리는 정치가 필요하다. 이제라도 정책과 비전의 경쟁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군민을 위한 길이며, 부안의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책임이다.
최종편집: 2026-06-03 13:2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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