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라’. 당나라 때 중국의 선사 임제 스님(810-866)의 말씀이다. 스님의 가르침을 모아놓은 책이 바로 임제록이며 임제 선사는 우리나라 선(禪)선 불교에서도 매우 중요히 여기는 소중한 큰 스님이시다.
“도를 닦는 이들이여 올바른 견해를 얻고 싶다면 절대 타인에게 미혹되지 말라. 안으로든 밖으로든 마주치는 것은 무엇이든 죽여버려라.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스승)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 나아가 아라한을 만나면 아라한을 죽이고, 부모를 만나면 부모를 죽이고, 친척을 만나면 친척을 죽여라. 그래야만 비로소 해탈하여 그 어떤 사물에도 얽매이지 않고 통틀어 자유로워질 것이다.”
불교에서 가장 성스럽고 존경받는 대상인 부처와 스승, 나아가 인륜의 기본인 부모까지 죽이라는 이 잔혹한 언사의 본뜻은 물리적인 파괴나 범죄를 부추기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는 인간의 자발적 사유(思惟)를 가로막는 모든 절대적 권위, 사회적 고정관념, 그리고 무조건 수용하고 맹종하는 마음의 태도를 과감하게 깨 부스라는 강력한 비유이자 상징이다. 아무런 주체적 의문없이 타인의 가르침이나 세상의 정답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순종하는 삶은 겉으로는 평온해 보일지 몰라도 실상은 영혼을 빼앗긴 노예의 삶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임제선사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자유의 주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가장 성스러운 우상마저 파괴하라는 철학적 단두대를 세운 것이다.
부처님의 법은 특별히 애써 힘쓸 필요가 없으며 그저 평상시에 아무일 없는 듯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다. 똥을 누고 오줌을 누며 옷을 입고 밥을먹고 피곤하면 곧장 누워 자는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나를 비웃겠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이 뜻을 안다. 옛 덕높은 스님이 이르기를 “밖을 향해 공부를 구하려는 자는 모두 어리석고 미련한 놈들이다. 그대들이 머무는 곳마다 주인이 된다면 그 서 있는 자리가 모두 참된 진리의 자리가 될 것이다. 어떤 환경과 조건이 닥쳐오더라도 결코 나를 흔들거나 바꾸지 못한다.” 임제록의 전문이다. 요약하면 남의 생각에 끌려다니지 말고 남의 인생을 흉내내지도 말고 어디서든지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라는 가르침이다.
요즈음 뉴스 보기가 참 힘들다.
나라를 사익 추구의 장으로 삼다가 감옥살이 끝에 사면받고 나온 전직 대통령들이 대중앞에 손을 흔들며 히히덕 거리는 모습이며, 아직도 계엄을 옹호하며 피켓들고 공원을 헤매는 뻔뻔한 민낯은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탓하기 전에 바로 채널을 바꾸는 것으로 매듭지어지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한심한 것은 한때는 민주주의를 지키기위해 같은 길을 걷던 이들이 둘로 나뉘어 서로 증오의 말을 쏟아내고 있는 모습, 안타깝기만 하다.
이제는 자신의 이념이나 가치관만 옳다고 주장하는걸 넘어 상대방을 포용할 줄 아는 아량이 필요한 때다. 서로 다를수 있음을 인정하고 함께가는 길, 그것이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길이다. 존중과 이해 그리고 포용속에서 다 함께사는 세상, 잠시 숨을 고르고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아름다운 그 길로 끊임없이 이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