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출신 강민숙 시인이 이달 중순 여섯 번째 시집 ‘소년공 재명이가 부르는 노래’를 세상에 내놓았다. 시집은 가난하고 외롭던 청소년기의 내면을 ‘소년공’이라는 상징을 통해 시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세대를 초월해 공감을 이끌어낸다.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절망의 한가운데에서도 꿈을 품고 살아가는 삶의 자세를 조용히 전한다. 고향 부안에서 진행된 이번 인터뷰는 시인의 삶, 문학, 고향에 대한 애정을 진솔하게 들어볼 수 있었다.<편집자 글>   대담: 정경희 CBC서림신문․ 부안방송 편성국장   ▲안녕하세요. 고향 부안에서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도 반갑습니다. 고향에서 초대받아 정말 영광이고요. 서울에서 부안서림신문도 종종 보고 유튜브 방송도 즐겨 보는데 참 정겹다고 느꼈어요.   ▲서림신문 독자여러분께 인사와 함께 시인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시인 강민숙입니다. 고향은 부안 백산면 덕신리예요. 문학은 늘 제 삶의 중심이었고, 오늘은 제가 주인공으로 고향 신문에 나서게 되어 더욱 뜻깊습니다.   ▲시를 처음 쓰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고등학교 3학년 때, 둘째 오빠가 지금의 서림공원이 있는 성황산에서 열렸던 백일장에서 1등을 했어요. 이를 계기로 오빠가 저에게도 신문에 시를 써서 보내보라며 권유했어요. 시를 써서 우편으로 보냈고, 물론 떨어졌죠. 그때마다 격포 채석강에 가서 울었습니다. 3년을 그렇게 보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스물여섯, 결혼하던 해 남편이 다니던 현대그룹에서 문예 공모전을 한다며 응모를 권했어요. 시 부문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문학 공부를 시작하게 됐죠. 아이를 맡기고 외출증(?)을 끊어가며 공부했습니다.   ▲자녀분은 어떻게 되시는데요?   아들만 둘 있어요. 가끔은 딸이 있었으면 엄마의 삶을 더 잘 이해해줬을 것 같아 아쉽기도 해요.   ▲‘소년공 재명이가 부르는 노래’, 때가 때인 만큼 시집을 출간하는데 그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을 텐데요. 이 시집을 어떤 계기로 출간하게 되셨나요?   이 시집은 제 여섯 번째 작품입니다. 첫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먹고’는 34만 부가 팔리며 드라마로도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시집은 청소년기 가난과 좌절을 이겨낸 한 소년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특정 정치인을 연상시킬 수도 있지만, 저는 정치보다는 그 삶의 태도에 집중했어요.   ▲소년공 재명이에 대한 묘사가 참 인상 깊습니다.   그의 어린 시절을 상상하며 썼어요. 안동 청량산 자락에서 보았을 하늘은 얼마나 막막했을까요. 그래서 시 ‘내 하늘’을 썼죠. ‘내 어릴 적 하늘은 가난에 매맞아 시퍼렇게 멍든 하늘이었다’는 구절처럼, 그 하늘을 통해 절망을 형상화하고 싶었어요. 이와 연관된 ‘하늘 끝까지, 저하늘 끝까지’란 시를 낭송해 드리면...   겨울이 되면/ 청량산 1번지는 바람이 많이 불었다// 슬레이트로 지어 올린 집이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도/ 오들오들 춥기는 매한가지였다// 나는 낫 한 자루 챙겨/ 산에 올라 산죽을 꺾었다// 누런 비료 포대 뜯어/ 방패연을 만들어 산에 올랐다//습자지로 만들어야/ 가벼워 잘 날린다는 건 알지만/ 습자지는 사야는데/ 집 안에 돈이 있을 턱이 없었다// 나는 방패연에다 내 이름을 썼다/ 높이높이 날아올라야 한다./야, 재명아/연줄이 다할 때까지 풀어줄테니/ 하늘 끝까지 /저 하늘 끝까지 날아오르렴.   ▲이 시집은 어떤 독자를 위한 시집인가요?   초등학교 3학년 아이부터 연세 지긋한 어르신까지 모두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썼습니다. 40분이면 해설까지 다 읽을 수 있어요. 실제로 50대 남성 독자들이 몇 번씩 읽고 눈물 흘렸다고 하더라고요.   ▲시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입니다. 저 역시 몸이 아플 때 ‘나는 시인이 되고 싶다’는 꿈 하나로 견뎠어요. 목표가 있으면 방향을 잃지 않아요.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어요.   ▲오늘 고향 부안에서 시를 나누는 시간이 더 뜻깊게 느껴지시죠?   그럼요. 저는 늘 스스로를 ‘백산 동학의 딸’이라고 말해요. 고향이 저를 지탱해줬어요. 그 다짐이 있으니 어떤 시련도 ‘이깟쯤이야’ 하며 넘길 수 있었던 거죠.   ▲애독자 여러분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지금은 5월, 흰 꽃들이 만개한 계절이에요. 부안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가족과 친구, 이웃들과 자주 만나고 서로 챙기며 따뜻하게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 계획하고 계신 시집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번 시집이 좋은 반응을 얻는다면, 다음 작품은 ‘굽은 팔로 세상을 펴리라’를 준비하고 있어요. 제명이가 되어 쓴 이번 시집처럼, 다음에는 굽은 세상을 바로잡고 싶은 마음을 담으려 합니다. 고맙습니다.    
최종편집: 2025-06-03 15:3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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